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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기록이 사라진 자리, 신용 질서는 괜찮을까? 반복되는 신용사면의 그림자

최근 몇 년 사이 정부가 시행한 이른바 ‘신용사면’ 조치로 인해 사라진 연체 기록 금액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방식의 정책이 반복되면서, 최근 5년 동안 신용정보에서 삭제된 연체 금액만 합쳐도 55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단일 연도로는 가장 큰 규모가 적용돼 이 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신용사면으로 지워진 연체 금액은 25조 원을 훌쩍 넘는다. 불과 1~2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몇 년 전만 해도 10조 원 안팎이었던 사면 규모가 어느새 두 배, 세 배 수준으로 커진 셈이다. 그만큼 신용평가 체계에서 빠져나간 부채의 비중도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기간 동안 혜택을 받은 사람 수도 상당하다. 중복 인원을 포함하면 8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신용사면의 대상이 됐다. 정권별로 보면 매번 수백만 명 규모가 반복적으로 포함된 셈인데, 최근에는 이전에 사면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도 적지 않게 확인됐다. 실제로 한 해 전 사면을 받았던 사람 중 백만 명 이상이 다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개인사업자 관련 연체 상환 금액이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수백억 원 수준이던 상환액이 지난해에는 1천억 원을 훌쩍 넘겼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 시기에 급하게 늘어난 사업자 대출이 부실로 이어졌고, 신용사면 혜택을 받기 위해 연체금을 정리한 사례가 대거 포함됐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회복 없이 버티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걱정도 함께 나온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대출을 공급했다. 당시 집행된 자금만 해도 100조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감사 과정에서는 대출 심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연체 기록까지 대규모로 정리되다 보니, 금융 시스템 전반의 긴장감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더불어 최근 신용사면은 적용 범위 자체도 크게 넓어졌다. 이전보다 연체 금액 기준이 높아졌고, 기록 삭제 대상 기간 역시 과거보다 훨씬 길어졌다. 그 결과 코로나 시기에 발생한 개인사업자 연체 상당수가 이번 조치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용사면은 연체금을 갚으면 해당 기록을 신용정보에서 없애주는 제도다. 취지는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데 있지만, 횟수나 규모에 대한 뚜렷한 제한이 없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점점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방식이 장기적으로 신용 질서를 흐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인 부담 완화와 장기적인 신용 체계의 안정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할지, 이제는 조금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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